1. 과학의 날
중학생 때까지 매년 과학의 날마다 미래 상상 그리기 대회를 했었다. 수채화로 멋들어지게 해저도시나 우주도시를 그린 친구들이 상을 타는 행사에서, 휘적휘적 연필로 대충 그린 그림을 내곤 했다.
가능한 불량해 보이는 자세로 누워서 자고 있노라면 체육담당이던 담임선생님이 죽도를 들고 와서 '후드려' 패는 게 당연하던 때였다. 얌전하게 졸지 않고 불량하게 누워있었던 건 한창 질풍노도를 달리던 감성이다.
가능한 건성으로 그린건 내가 원하는 음악을 틀어주는 씨디플레이어 크기만 한 기계였다. 엠피쓰리도 스트리밍도 와이파이라는 말도 없는 때에 내 좁은 상상의 범주 안에서는 가장 마법 같은 미래였다.
2.모토로이
내 첫 스마트폰 모토로이에서 멜론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명치 부근에 구름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기분을 만끽하며 밤새도록 노래를 들었다.
멜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몇 년 몇 월에 많이 들은 곡 리스트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지금 가장 행복한 마음으로 들은 노래가 어딘가에는 차곡차곡 기록되어 있다는 게 마음을 안심시켜준다.
3. oasis
wonderwall을 듣다가 문득 생각나서 찾아보니 12년 전 8월의 나는 이 노래를 19번째로 많이 듣고 있었다. 기록은 없지만 24년 전의 내 선곡 리스트를 봐도 노래들이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서태지, 콜트레인, 오아시스 같은 노래들이 내 평생의 배경음악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여기까지 떨어진 지금의 나도 한곡의 노래로 무릎에 힘이 들어간다. 원하는 노래가 언제든 흘러나오는 마법 같은 미래도 현실이 된 마당에 이루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그저 다시 달리고 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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